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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잉여생활

초딩 아이와 함께 책읽기 -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그래도 요즘 소소한 낙이 있다면

우리 초딩이랑 내가 초딩나이때 읽었던 책이나 영화를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는 대부분 90년대 헐리웃 황금기때 보았던 어드벤쳐 영화나 어린이 영화들인데

정말 그때는 자극이 덜하면서도 재미있고 섬세한 영화들의 황금기 였던 것 같다.

책들은 대부분 명작들이지만 사실 아이와 내가 약간 코드가 안맞다는걸 느끼기도 하는데

영화는 코드가 잘맞는다.

특히 좋아하는 영화가 로빈윌리엄스 아저씨 나오는 영화들

이를테면 미세스다웃화이어,토이즈,쥬만지 그리고 역시 어린이 영화의 명작

나홀로집에 시리즈와 역시 맥컬리컬킨 주연의 리치리치, 개들이 나오는 머나먼여정,

프리윌리, 베토벤 등등등

암튼 주옥같은 영화들을 함께보면 재밌고 나 역시 어린시절 그무렵으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는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초딩과 함께 읽고 둘다 재미를 느낀 나의라임오렌지나무를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어릴적 읽었었는데 사실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아

새로운 책을 읽은 것 같다.

줄거리

이책은 저자 주제 마우루 지 바르콘셀로스의 자전적인 소설인데

그래서 책의 주인공 이름이 제제 (주제) 이다.

브라질의 가난한 가정의 7남매 중 여섯째인 제제는 동네에서도 집에서도 소문난 망나니로 통한다.

왜냐하면 심한 장난을 많이 치기 때문이다.

다른 형 누나들은 제제를 야단치고 혼내기 일쑤지만

유일하게 엄마와 글로리아누나는 제제를 감싸주고 제제의 동생 루이스도 좋은 친구이다.

또한 제제는 밍기뉴라고 하는 라임오렌지나무와 대화를 하고 인생을 논한다.

그리고 제제 인생의 최고의 어른이 등장하는데 바로 동네의 부유한 포르투갈 아저씨 뽀르뚜까이다.

책을 읽다보니 초딩과 어른인 내가 의견이 갈린 부분이 있는데

1. 제제는 정말 악마같은 아이인가?? VS 그맘때 아이들은 다 그렇기에 악마라는 말은 과한가?

제제는 본인이 악마가 되었다고 말한다.

 

장난을 잘치는 제제.

이 책에서 제제는 내 안에 악마가 살고 있고 하나님이 나를 싫어한다.

이런 말을 한다. 그리고 형 누나들도 악마같은 녀석이라고 부른다고 나온다.

그 이유는 제제가 말썽도 많이 피우고 영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초딩은

" 엄마 저런 장난으로 아이한테 악마라고 하는 건 너무 심해!! 집안 사람들이 너무 못됬어!! 게다가 제제를 너무 때려서 싫어" 라고.

나도 어른입장에서 아이한테 악마라고 부르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책을 읽으니 악마는 심하지만 제제가 악동녀석임은 분명했다.

꽤 심한 장난을 많이 치니 말이다. 심지어 누나한테 화가나서 굉장히 심한 욕을 하는데

이일로 또또까형한테 무지막지하게 얻어터졌다. 그런데 그런 욕을 하는건 얻어 맞아도 싸다고 본다.ㅋㅋ

이책의 초판을 번역한 박동원님의 글을 읽어보니 브라질에서는 장난이 심한 아이를 사탄의 이름중 하나인 까뻬따를 따서 축소어인 까뻬친냐(작은악마) 라고 부른다고 한다. 까뻬따는 악마중 그 악질의 정도가 가장 낮은 악마인데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켜서 여자의 치마를 들어올리거나 스카프를 날버리는 정도라고 하니

제제를 악마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브라질의 이런 어원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우리가 생각하는 심각한 뜻의 악마는 아닌것 같다.

2. 오리두발두 아저씨, 뽀르뚜까 아저씨와의 관계

초딩이는 읽으면서도 이런 어른 아저씨들과의 우정이나 이해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넘어간듯 싶지만 (당연하겠지만 )

다 큰 어른의 입장에서는 내아들이 남자 어른들과 함께 다닌다면 당연히 말리겠다. (너무 세상이 험해져서 그런것일 수도 있다. 제제의 시대에는 그런것이 순수했을지도..)

일단 오리두발두 아저씨는 그당시 가요 악보를 팔러 다니는 사람인데

제제는 순전히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자진해서 오리두발두 아저씨를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제제가 노래도 잘부르고 옆에서 있는 것이 장사에 도움이 되자

오리두발두 아저씨는 매출을 위해 매주 한번씩 제제와 함께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리두발두 아저씨와 함께 있으면서 배운 세속적인 노래를 아빠앞에서 부르고

아빠한테 실컷 두들겨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사건들이 제제를 말썽쟁이, 구제불능 아이로 만드는 일련의 일들 이었다.

오리두발두 아저씨와 악보를 팔다가 지나가는 어른에게 한소리 들은 두사람.

오리두발두 아저씨와 다니면서 배운 노래를 불러서 아빠한테 두들겨맞은 제제.

두번째로 뽀르뚜까와의 우정이었다.

말도 잘하고 비범한 아이 제제를 뽀르뚜까 아저씨는 이뻐한다.

같이 낚시도 데려가고 드라이브도 하고 제제가 좋아하는 차 뒤에 붙어서 가는

위험한 장난 박쥐놀이도 시켜준다.

처음에는 뽀르뚜까 아저씨가 왜 제제를 이뻐할까 의심도 해봤지만

아저씨는 자녀가 다 성장해서 혼자사는 중년남자였고

그리고 제제를 보니 본인의 어린시절이 생각나서 그러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제제가 좋아하는 그의 차를 이 차는 너꺼라고 하면서 그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제제는 아저씨를 이해하고 진심어린 사랑을 주기에 뽀르뚜까 아저씨도 그 사랑을 나눠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겠다는 제제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는 뽀르뚜까 아저씨

뽀르뚜까 아저씨와 낚시를 간 제제.

다 읽고나서 봤을때 오리두발두 아저씨도, 뽀르뚜까 아저씨도 모두

제제의 장난기있지만 남을 위하는 선한 마음을 읽고 그를 진심으로 이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뽀르뚜까 아저씨는 제제를 변하게 만드는,

제제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정말 중요한 멘토같은 사람이었다.

뽀르뚜까 아저씨와 함께여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그래서 점점 변하기 시작하는 제제.

그래서 그가 망가리차바에(기차) 받혀서 죽었을때 나도 눈물을 줄줄 흘렸다. ㅜㅜ

제제가 의지한 유일한 사람.. 그런 사람이 죽으니 정말 너무 속상했다.

그가 죽은 후 그래서 제제는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하고 죽을 듯이 아파했다.

가난한 가정환경과 사람들의 냉대속에서 사랑을 배우지 못한 제제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 뽀르뚜까에게

마지막장에서 어른 제제는 편지로 감사인사를 전한다.

"사랑하는 마누엘 발라다리스 씨,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마흔여덟살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그리움 속에서 어린 시절이 계속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언제라도 당신이 나타나셔서 제게 그림딱지와 구슬을 주실것만 같은 기분이듭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까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 중략......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까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안녕히!

(모든사진,글 출처. 책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 동녘)

나에게도 어린시절 제제의 뽀르뚜까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더 괜찮은 어린시절을 가진 더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애석하지만 나는 어린시절 부모님 외에 정말 괜찮은 어른을 만난 기억이 없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우리 초딩이에게는 괜찮은 어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올수 있을런지..

장담할 수 없음이 슬프지만 내가 괜찮은 어른으로 초딩이를 대하면 그 또한 행복한 인생의 아이를 만드리라고 믿는다.

오랜만에 어린이 책을 읽고 우는 나를 보며 초딩이는 나를 놀렸지만

그래서 나의라임오렌지나무가 한국에서 인기가 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의문점... 제목은 "나의 뽀르뚜가 아저씨"가 더 맞지 않을까?